신장 유전 질환이 있는 나는 평소 당뇨에 매우 예민한 편이다. 물론 크레아티닌 수치가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가족들이 모두 이 질환으로 고생 중이라 그저 어린 나도 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당뇨 대비 _ 달달 커피를 줄인다.
현재 집 근처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업무 성격상 출퇴근 시간이 정해지지 않아 늦저녁 폭식으로 영양 불균형이 찾아 온 상태다. 수험생때부터 밥을 잘 걸렀던 나는 계속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어 나름 3~4년 전부터 방법을 고안했다. 일명 폭식해도 되는 음식 위주로 냉장고에 쌓아 놓고 먹는건데 건강식들의 맛이 어떤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상상만 해도 행복한 달달 마끼아또와 부드러운 라테가 가끔 눈 앞에 아른거리기도 한다. 최근엔 심혈관 질환 개선에 도움 된다는 원두커피로 잘 정착하긴 했다. 잠 덜 깬 아침 느긋하게 원두를 갈고 거름종이를 받쳐 뜨거운 물을 내리면 고소한 향이 올라오며 은근 기분도 좋게 만든다.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원두를 구매했는데 그 고유한 탄 향에 웃음이 절로 나다. 참기름 바른 듯 윤기 촤르르 흐르는 커피콩을 그라인더에 넣고 갈아 거름종이를 받치고 은근 스트레스 풀리는 뜨거운 물 세례식을 거행하면 된다. 푸른 새벽 혼자만 즐기는 멋진 향은 정말 나와 어울리지 않지만 뭐 세상일이 뭐 어울려야 할 수 있나? 좋으면 하는거지. 그나저나 다음번엔 분말로 사야겠다. 손가락만 쓰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라인더 쓰는 게 버겁다.
야식으로 생명 유지를 하는 시즌이 다가오면 잘 다스려 놨던 식도염이 "언니"하고 아는 척한다. 식도염 약을 먹고 있는 동료가 추천해서 알로에 마임에서 나온 음료를 한동안 먹어 봤는데 은근 잘 맞는 것도 같다. 화장실도 잘 가고 몸 속 염증이 가라앉는 건지 턱 밑 여드름도 모두 가라앉았다. 연초에 오미크론 후유증으로 피부 발적이 있어 고생했었는데 그때 복용하면서도 도움 많이 받았다.
개인에게 맞는 영양 균형식을 찾는다
오후에는 어머니가 작업실로 김치를 가져다 주셨다. 그나마 살가운 셋째 아들이 집에 없어서인지 무뚝뚝한 큰 오빠와 둘째 오빠랑은 숨막혀 하신다. 말 동무 없어 심심하다며 김치 핑계 삼아 작업실로 건너 오신 어머니는 그렇게 한 주 동안 동네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를 시원하게 다 쏟아내시고는 입이 마르셨는지 핸드백에 담아 다니시는 본인 음료?를 꺼내셨다. 혈액 투석 중인 어머니는 음료를 함부로 드시지 못하기에 드시는 주전부리와 음료 하나씩을 꼭 들고 다니신다. 당뇨 초기 식사를 못하시는 어머니에게 의사가 추천했던 음료로 기억하는데 입맛에 맞으셨던지 지금도 가끔 식사 대용으로 한 캔씩 드신다.
감정보단 이성적인 관리를 하자
집에서 이 음료를 발견할 때면 `당뇨식`이라는 마크 때문에 어머니 것이다 싶어 절대 손 댄 적이 없었다. 헌데 오늘은 어머니가 반을 남겨 주셔서 덕분에 처음으로 맛을 보았다. 설탕 빠진 미숫가루 맛. 예상했던 고소한 맛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맹물보다 훨씬 맛있고 배도 안고프고 좋아라 하셨다. 음료 살 때 샘플로 왔는데 아무래도 본인은 못 먹겠다시며 양갱 하나를 내게 건네주셨다. 영양 함량표를 보니 어머니가 드시면 안 될 듯했다. 달달한 걸 유독 좋아하시는데 얼마나 드시고 싶었을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혹 달라하실까 겁나 독하게 한 번도 권하지 않고 버릇없는 놈처럼 냉큼 한 입에 털어 먹어버렸다. 어머니가 째려보신다. 민망함에 작업실에 있던 호두를 꺼내 드렸는데 싫다시며 벌떡 일어나 집에 가신다 현관으로 향하셨다. 화나신거다. 안 아프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을 우리 가족은 매년 매일 겪는다.
`한 끼 대용이 된다`는 어머니 말에 음료에 대한 검색을 시작해 본다. 방금 먹었던 `당뇨식` 단계는 아니지만 조금 일반식에 가까운 단계가 있어 구매를 했다. 양도 많고 함량표 내용도 나름 괜찮다 싶었다. 물론 인공향료 첨가는 매번 맘에 들진 않는다. 근데 요즘 또 안 넣은 걸 찾기도 힘든 세상이니 넘어가기로 한다. 부디 야간작업 때 이걸로 한 끼 때우고 폭식 습관을 고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추가 질환도 조심하자.
혈관 질환 환자들은 변비도 조심해야 한다. 가끔 어르신들 중 화장실에서 볼일 보시다 뇌혈관이 터져 황망하게 떠나신 분들이 계시다. 대 놓고 그쪽으로 유전력이 있는 우리 집안은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겠는가? 바나나, 감자를 비롯해서 말린 자두 등 안 먹어 본것이 없다. 그 결과 현재 우리집 식탁에 정착한 식재료는 양배추다. 뜨거운 김으로 삶아 낸 다음 차가운 물에 식혀 먹는데 어머니는 차가운 거 싫다 하셔서 요즘엔 그대로 김만 빼서 아삭하게 쌈장에 찍어 먹는다. 쌀 다음으로 주식 마냥 사용되는 식재료인데 효과가 꽤 좋으니 혹 변비 있으신 분들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아참 우리집은 어머니가 식사를 안 하실 때 생식도 한다. 양배추는 그 특유의 향때문에 삶아 먹고 생고구마를 잘 씻어 껍찔째 조각내 먹기도 한다.) 양배추는 서양에서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 목록에 올라간 야채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최근 변비 기가 살짝 있다 말씀하셔서 아들들에겐 차마 말 못하셨군아 싶어 양배추도 왕창 집으로 배송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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